르네상스가 이성과 조화의 예술이었다면, 그 다음 시대인 바로크(Baroque)는 감각과 감정의 시대였습니다. 극적인 장면, 강한 빛과 어둠의 대비, 역동적인 구도는 관람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미술은 다시 대중의 감각과 가까워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로크 미술이 어떻게 르네상스를 넘어섰고, 그 특징과 대표 작가들을 통해 어떻게 '보는 예술'에서 '느끼는 예술'로 변화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바로크란 무엇인가?
‘바로크’라는 단어는 원래 ‘일그러진 진주’라는 뜻의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했습니다. 처음에는 조잡하고 과장된 예술을 비판하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17세기 유럽 예술의 중요한 사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바로크 미술은 카톨릭 교회의 반종교개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종교개혁 이후 흔들린 신앙심을 되돌리기 위해, 사람들의 감정을 직접 자극하는 화려하고 극적인 미술이 등장한 것이죠.
바로크 미술의 특징
- 강렬한 명암 대비 – 어두운 배경 속에서 인물을 밝게 부각시켜 극적 효과 강조
- 극적인 순간 포착 – 정적인 장면보다 순간의 긴장감과 감정을 묘사
- 구도의 역동성 – 대각선 구도, 비대칭 구조 등으로 시선 유도
- 감정의 과장 – 표정과 몸짓을 통해 인간의 감정 표현 극대화
카라바조 – 어둠 속의 빛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는 바로크 회화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테네브리즘(tenebrism)이라 불리는 강렬한 명암 표현으로 유명합니다.
성 마태오의 소명은 어둠 속에서 빛이 한 인물을 비추는 장면으로,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신의 선택이라는 순간의 무게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카라바조는 인물을 성스럽게 이상화하지 않고, 현실적인 인물, 거친 손, 구겨진 옷 등을 통해 신성함과 인간성의 경계를 탐구했습니다.
루벤스 – 풍요롭고 강렬한 바로크
피터 폴 루벤스(Peter Paul Rubens)는 플랑드르 지역의 대표 화가로, 대규모 역사화와 종교화, 신화화를 통해 바로크 양식을 국제적으로 확산시켰습니다. 그의 그림은 육체적 생명력, 풍부한 색채, 화려한 구성이 특징입니다.
십자가의 내림, 마리 드 메디치 연작 등에서는 사건의 긴박함과 인물 간의 복잡한 감정이 한 화면에 드라마틱하게 담겨 있습니다.
렘브란트 – 감정과 내면의 화가
네덜란드의 렘브란트(Rembrandt)는 강렬한 명암과 감정 표현으로 개인의 내면을 조명한 바로크 화가입니다. 야경, 자화상 시리즈에서는 단순한 외형 묘사를 넘어서 시간의 흐름과 존재의 깊이를 화면 안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렘브란트는 바로크의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진실에 집중했고, 그의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감정의 진정성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중의 감각으로 돌아온 미술
바로크 미술은 르네상스와 매너리즘을 거치며 멀어졌던 대중과의 거리를 감각, 극적 연출, 감정의 전달을 통해 다시 좁혀나갔습니다. 그림은 더 이상 조용히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이야기를 품고, 몰입하게 만드는 시각적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이후, 바로크에서 이어지는 예술의 흐름
르네상스에서 시작된 인간 중심의 시선은 매너리즘을 지나 바로크로 이어지며, 점차 더 감각적이고 감정적인 예술로 발전했습니다. 이제 미술은 단순히 사유의 도구를 넘어,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게 됩니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바로크 이후의 예술 흐름, 즉 로코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로 이어지는 시대별 변화와 함께, 각 시대가 어떻게 사회와 철학, 감정을 예술로 녹여냈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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